천리안위성 수명 다하도록 못 써먹은 기상청

“관측 자료 활용 기술 개발 소홀” 지적


최근 5년간 강수예보 적중률 고작 46%


지진경보 더디고 국토 20% 관측 공백









7월 초 장마비가 내리는 어느날 우산을 쓴 여성이 빗방울 맺힌 차창 앞을 지나고 있다. 류효진 기자



기상청이 천리안위성 1호 관측 자료 활용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설계 수명 7년이 다하도록 해당 위성 자료를 한반도 예보에 써먹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적중률은 46%에 불과했다. 부적절한 조건 탓에 지진 조기경보 발령이 더디고 기상청이 구축 중인 지진 관측망에서 국내 땅 20%가 빠진 점도 잘못이란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지난해 8월 기상청이 폭염이 꺾이는 시점을 네 차례 늦춰 발표하고 9월 경주 지진 발생 당시 조기경보가 문자메시지로 전달되는 데 10분이나 걸리자 감사를 결정한 감사원은 기상청, 기상산업진흥원, 지질자원연구원, 국립해양조사원 등 8개 기관에 31명을 투입, 3월 20일부터 20일간 실지 감사를 벌였고 위법ㆍ부당ㆍ제도개선 사항 33건을 적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수치예보 모델에 활용할 목적으로 2010년 6월 천리안위성 1호를 발사하고도 해당 위성에서 관측된 자료가 모델에 적용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제때 개발하지 않아 한반도 기상 상황을 예측하는 ‘국지예보모델’에 7년간 위성 자료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천리안위성 1호는 올 6월 설계 수명이 다했다. 감사원은 내년 발사될 천리안위성 2호 관측 자료 활용 기술 개발 계획 역시 아직 기상청이 세우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외 위성 자료 활용에도 구멍이 있었다. 감사원이 4월 21일 기상청의 20개 해외 위성 관측 자료 파일 수신 상태를 점검한 결과 902개 파일 중 24개 파일이 수신 지연으로 수치예보에 쓰이지 못했다. 영국 기상청 제공 파일은 입력한 지 41분 지난 뒤 수신되기도 했다.

이렇게 떨어지는 위성 자료 활용도 등 탓에 수치예보 정확도도 형편없었다. 대표적인 게 강수 유무 적중률이다. 최근 5년(2012~2016년)간 평균 46%에 머물렀다. 기상청이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62%)였고, 비 예보를 하지 않았는데 비가 온 경우도 1,808회나 됐다. 영국보다 적중률이 7%포인트가량 낮았다. 게다가 매년 하락세다. 2012년 47.7%에서 지난해 45.2%로 2.5%포인트 하락했다. 500hPa 기압 대기고도 예측오차는 같은 기간 7.2m에서 7.3m로 되레 커졌다. 막대한 예산에도 소용없었다. 기상청이 최근 5년간 슈퍼컴퓨터 도입(569억원)과 수치예보모델 개선에 들인 돈은 1,192억원이다.

‘최소 15개 관측소에서 20번 이상 P파를 탐지하고 20초 이상 지속될 때’로 설정돼 있는 지진 조기경보 발령 조건도 적정하지 못하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다른 조건 없이 ‘8개 관측소 탐지’만 조건으로 설정해도 별 오보율 증가 없이 소요 시간을 12~17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령한 세 차례 지진 조기경보에 평균 26.7초가 걸린 한국과 달리, 일본의 7회 경보 평균 소요 시간이 7.2초에 불과한 건 신속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기상청 계획대로 총 314개 관측소로 지진 관측망을 구축할 경우 국내 면적의 20% 지역에서 공백이 생기고 소요 시간도 목표인 5초보다 1초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기상청장에게 천리안위성 등 위성 관측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지진 조기경보 발령 조건 재설정 및 지진 관측망 구축 계획 합리적 조정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권경성 기자 [email protected]

작성일 2018-04-05 02: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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