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탁현민, 이제 물러나라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2년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일명 '삼보일퍽'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 교수. / 류효진기자 [email protected]/2012-01-16(한국일보)



방송인 김구라는 2012년 진행을 맡고 있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전격 하차했다. 무명 시절이던 10년 전 딴지일보의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인 ‘시사대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창녀’에 빗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당시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입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됐다. 철없던 과거를 자숙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며 즉각 방송 활동을 접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기획자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최근 사퇴 요구에 직면한 사실은 공교롭기 그지없다. 나꼼수는 ‘시사대담’의 맥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이고 탁 행정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서적도 발간한 지가 딱 10년이다. 김구라가 빈약하고 비뚤어진 역사의식으로 인해 철퇴를 맞았다면 탁 행정관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등 두 권의 저서에서 보인 왜곡된 성인식과 여성비하가 문제다.

둘 다 10년 전 말과 글이 문제가 됐지만 논란에 대처하는 김구라와 탁 행정관의 자세는 너무나 다르다. 탁 행정관은 처음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 드린다”고 쓴 뒤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들과 마주치자 탁 행정관은 “10년 전 일이 기억나느냐. 나도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의 소나기만 피해가면 된다는 식의 발뺌으로 밖에 안 들린다.

청와대의 팔도 안으로 굽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22일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탁 행정관의 경질을 촉구했지만 청와대는 낙마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여성비하 논란이 불거졌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탁 행정관은) 예술가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들어 경질 요구를 반박했다.

방송인 김구라는 당시 펴낸 에세이집 ‘독설 대신 진심으로’에서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지지 않을까’ 하고 버티기로 나가면 많은 사람들한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고 썼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히말라야 트레킹에 양정철 전 청와대 행정관과 동반할 정도로 권력의 핵심인 탁 행정관이 버티기로 나설 때 과연 누구에게 피해를 줄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동현 정치부 기자

작성일 2018-01-19 1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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